백일홍 편지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모든 만남은 생각보다 짧다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 부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
지금부터
백 일만 산다고 생각하면
삶이 조금은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처음 보아도
낯설지 않은 고향친구처럼
편하게 다가오는 백일홍
날마다 무지갯빛 편지를
족두리에 얹어
나에게 배달하네
살아 있는 동안은
많이 웃고
행복해지라는 말도
늘 잊지 않으면서-
“해마다 여름 꽃밭에서 생각보다는 오래 피어 있는 백일홍을 바라보며 그 평범한 아름다움에 반했습니다. 모. 든. 것. 은. 다. 지. 나. 간. 다… 이 말은 내가 삶의 길에서 어려움을 겪을 적마다 스스로에게 새롭게 일러 주곤 하던 말이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삶의 유한성을 새롭게 의식하는 것은 우리가 매일 해야 할 아름다운 의무가 아닌가요?”
– 이해인 꽃시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