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님들이여
-순교 복자들께
보이지 않아도
나날이 미덥고
나날이 친숙해온
피 묻은 님들이여
목숨을 걸고 사랑한 죄로
칼을 받아야 했던
피 묻은 얼굴들이
태양이 되어
아직도
그 빛 안에 우리가
살고 있음이여
어둠과 비애의 폭풍이 잦아
갈수록 슬퍼진 땅에
살기 위해 죽어서
우리도 묻혀야 할
이 그리운 땅에
지금은 얼굴을 묻고
귀먹고 눈도 멀어
열리지 않는 가슴을
통곡하다 지쳐버린 후예일지라도
남겨주신 그 신앙
생명의 피로 아픔을 씻고
또다시 희망 속에
웃고 싶음이여
피 묻은 님들이 있어
더욱 확연히 트인
하나의 길로
영원히 살고 싶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