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이야기
갈가마귀 떼 우짖으며 날아다니는 해골산 마루,
십자가에 매달려 뒤틀리고 눈 뒤집히는 아픔 속에서
우도는 흘끔 고개를 돌려 옆에 못 박힌 나자렛 예수를 바라보다가
순식간에 함께 당하는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무한한 인자와 위엄의 모습을 보고 거기에 빨려
잠시 자기를 잊는 것이었다.
저 사람은 동향 갈릴래아 나자렛 마을 목공 요셉의 아들,
어려서부터 신동이라는 소문이 났었고
장성해서는 유다 온 지방을 두루 다니며 하느님과 그 사랑을 가르치고
이적을 행하여 선지자라고도 불리우고
또 바로 메시아라고도 우러르던 그 사람,
어디서는 소경을 눈뜨게 하고
어디서는 귀머거리를 듣게 하고
어디서는 벙어리를 말하게 하고
어디서는 앉은뱅이를 일어나 걸아가게 하고
어디서는 문둥이를 씻은 듯 성케 하고
어디서는 미친 자에게서 마귀를 쫓아내고
어디서는 맹물로 술을 만들고
어디서는 빵 몇 조각과 고기 몇 마리로
5천명을 배불리 먹게 하고
어디서는 물 위를 걸어다니고, 태풍을 멎게도 하고
어디서는 숨거둔 자마저 되살렸다는 바로 그 사람,
나로 말하자면 이승에 태어나 어버이와 형제, 처자를 저버리고 이웃과 세상을 원수로 여겨
어려서부터 못된 짓을 골라가며 할 제
거기서는 양을 훔쳤고
거기서는 행인의 주머니를 털었고
거기서는 몽둥이로 친구를 다리병신 만들고
거기서는 그 사람 두 눈을 빼어 장님을 만들고
거기서는 뉘 집 곳간을 털다 도끼로 대가리를 까고
거기서는 칼로 배를 찔러 죽이고
거기서는 어느 집에 불을 놓고
거기서는 산길을 가는 사마리아 여인을 겁탈했고
거기서는 처녀와 유부녀를 농락했고
거기서는 무덤을 쑤셨고
거기서는 또 ……
아아 나는 저 예수의 하느님과 사랑을 등져만 온 사람,
나야 이렇게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도 싸고
또 마땅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 어이된 일인가?
저분 같은 의인과 나 같은 흉한이
함께 죽어감은 어이된 일인가.
더욱이나 저분은 이제도
하늘을 우러러 하느님 아버지를 찾으며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소서! 그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하며 자기를 못 박은 자들을 위해 비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저분은 나의 흉악한 과거와
그 죄악마저 용서하여 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더 혹독한 죽음을 당하고 저분을 살릴 수는 없을까?
우도의 식어가는 가슴속에 사무쳐오는 뉘우침과 샘솟아오는 사랑이 좌도의 예수께 향한 모욕을 꾸짖고 나서게 하고
마침내
“예수님! 당신 나라에 임하실 때
저도 한가지로 있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불러 외쳤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