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이제는 독립하여 나가 사는 아들의 생일이었는데,
뭘 하고 사는지 콩이야 팥이야 정신이 없다가
집에 들어가면서 생각이 났습니다. (10시 40분. ㅠㅠ)
아~ 오늘 녀석의 생일이었지….
늦어도 안 하는 거 보다는 낫다고들 하니까, 전화를 했습니다.
‘아들, 생일 축하해. 미역국 먹었지?’
‘응~~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마워. 사실 오늘은 엄마가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 날인데…’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에 마음이 찡~~~ 했습니다.
작금에 없는 집 자녀로 어른되기가 얼마나 지난한 세월인지,
아들이나 나나 온 몸으로 느끼고 지내는 중인데…
이런 고생스러운 삶에 왜 태어나게 했냐고 농담처럼 응석을 부려도
그저 웃기나 할 뿐, 더 할말도 없을텐데….
아들은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맙답니다.
‘아들…. 태어나서 좋으니? 지금 사는 게 행복하니?’
아들은 담박에 시원시원 대답했습니다.
‘그럼~~~ 사는게 좋아… 살아있어서 행복해…’
저는 제가 부모노릇을 제대로 못해 아들을 고생시키는구나,,, 하는,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지만 제 살아온 인생에 대한 가슴 쓰린 후회를,
용서받고 치유받는 기분이 들어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부모로서 자식에게 받는 선물 중
이보다 큰 선물이 또 있을까요.
아들은,
‘정말 고맙다니까, 엄마…. 내일 통장 찍어보면 내 마음 알거야. ㅋㅋㅋ’
라고 하길래 다음날 확인해보니 20만원을 넣었더라고요.
어떻게 일하며 번 돈인지 잘 아니까, 마음이 아픈 것도 같고 기쁜 것도 같고…
어쨌든 아들이 다 자란 어른이군요.
흠하나 없이 둥글고 예쁜 얼굴로 울고 떼쓰고 웃고 고집부리던
내 어린 왕자는 이제 다 자란 어른으로 자기 자리를 찾고 자기 몫을 해 내야 하는 어른이 된 거죠.
사람은 나이마다 그 나이에 맞는 뭔가를 배우고 깨달으며 산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아들도 저도 같은 날 같이 뭔가를 배우고 깨달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이 먹었으니 부모님과, 자식들과, 나의 관계맺음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했답니다.
사람이 어느날 한번 배우고 깨달았다고 그게 실생활에 매일 그대로 실천이 된다면
모두가 득도하여 진작에 신선됐지 인간으로 남아있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때로는 나가고 때로는 퇴보하며 지내고 있지만
조금씩이라도, 가끔씩이라도 돌아보고 반성하고 생각하면 조금은 나은 인간이 되겠지요.
문득 친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를 하라고…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다면,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하찮아도 나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그러니 죽을 때가 가장 성공한 사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어야 맞는 거라고…
아들 덕분에 적어도 그날은 어제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잠 들었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