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랑한 당신
김용택
나뭇잎이 필 때도
나는 나무 곁에 서 있었습니다.
비가 올 때도
나는 나무 곁에 서 있었습니다.
잎이 질 때도
나는 나무 곁에 서 있었습니다.
나는 눈이 내리기 전과
눈이 내릴 때와
눈이 내린 후에도
나무 곁에 서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나무도 내 곁에 서 있었답니다.
해 지면 강가에 나가
뒷짐 지고 나무에 기대서서 바라본
그리운 저 강물,
나는 오래도록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2016_1_15
동그라미 수사
그림 _강현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