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 박용하 –
달 호텔에서 지구를 보면 우편엽서
한 장 같다. 나뭇잎 한 장 같다. 훅 불
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연약하기 짝
이 없는 저 별이 아직은 은하계의 오아
시스인 모양이다. 우주의 샘물인 모양
이다. 지구 여관에 깃들여 잠을 청하
는 사람들이 만원이다. 방이 없어 떠
나는 새. 나무. 파도. 두꺼비. 호랑이.
표범. 돌고래. 청개구리. 콩새. 사탕단
풍나무. 바람꽃. 무지개. 우렁이. 가
재. 반딧불이…… 많기도 하다. 달 호
텔 테라스에서 턱을 괴고 쳐다본 지구
는 쓸 수 있는 말만 적을 수 있는 엽서
한 잎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