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태석 신부가 준 선물… 충남대 졸업한 산티노 뎅
‘수단의 슈바이처’ 故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에서 활동할 당시
통역을 맡았던 아프리카 청년이
그 인연으로 한국에 와서
6년간의 유학생활 끝에 지난주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산티노 군은
남수단으로 돌아가
마을학교 짓기 사업에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김혜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학사모를 던지며 졸업을 기뻐하는 모습이
여느 한국 대학생과 똑같습니다.
한국 땅을 밟은 지 6년 만에 손에 쥔 대학 졸업장입니다.
산티노 뎅은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 있을 때
현지어인 ‘딩카어’를 영어로 통역해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이태석 신부 선종 후
수단어린이장학회의 지원으로 한국에 왔고,
2013년 여주대 토목과에 입학했다가
2015년 충남대 토목공학과로 편입했습니다.
토목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건 이태석 신부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 산티노 뎅 / 충남대 토목공학과 졸업
“오늘 같은 날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오늘 졸업해서 진짜 마음이 뿌듯하고, 어렸을 때 여기 와서 대학교를 졸업하는 과정을 할 수 있는지 생각도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졸업해서 정말 행복하고 기쁩니다.”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대학 공부를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방학 때는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 혼자서 밥을 먹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남수단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성실하게 공부를 마쳤습니다.
▶ 이민재 /충남대 토목공학과 교수
“여러 가지로 어려움 속에서도 공부하느라고 참 성실히 열심히 해왔는데 이렇게 또 졸업하는 모습 보니까 수업했던 한 명의 교수로서 굉장히 기분이 좋고요. 앞으로도 아마 남수단이 이제 발전하면서 우리나라와 건설 분야에서 중요한 양쪽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티노 파이팅!”
산티노 군은 다음 달 남수단으로 돌아가
살레시오회와 수단어린이장학회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학교 100개 짓기 사업에 일손을 보탤 예정입니다.
산티노 군은 토목공학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한국 대학원 진학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남수단에 번듯한 도로를 놓는 게 꿈입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남수단 청년은 산티노 군 말고도 2명이 더 있습니다.
존 마옌 루벤과 토마스 타반 아콧이
수단어린이장학회의 지원으로 이태석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대에서
의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 오이화 실비아 /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
“이렇게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또 이 아이들이 그곳에 가서 선한 영향력을 미침으로 인하여 (이태석) 신부님의 사랑이 더욱 더 하느님 안에서 빛날 것을 믿으며, 저희 수단어린이장학회는 후원자들의 도움을 계속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천사가 되어주시면 정말 기적이 싹틉니다.”
이태석 신부는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뒤
살레시오회에 입회해 2001년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이후 남수단 톤즈에서 병원을 지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학교를 지어 공부를 가르치고
감정이 메마른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주는 등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2008년 한국에 들어왔다가 대장암 판정을 받았고
2010년 1월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 산티노 뎅
“이태석 신부님께 정말로 제가, 그 때는 무릎을 끓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