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는 이태석 신부님 선종 10주기를 맞아 이태석 신부님의 전기 출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충렬 작가님은 자료를 꼼꼼하게 수집하고 온 정성을 다하여 이태석 신부님의 전기를 집필하고 계십니다. 2020년 5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충렬 작가님께서 작성하신 글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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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하지 않는 게 진짜 칭찬이다
이제 자료조사가 얼추 마무리되었다. 코로나때문에 남수단 톤즈 방문 계획은 연기되었지만, 당시 함께 활동했던 신부님들과 이메일로 충분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틀림없이 어디엔가 남아있을 거라고 추측하던 몇가지 매우 중요한 자료도 확보했다. 이번 전기의 ‘백미’가 될 수 있는 이 자료들을 만났을 때 나는 ‘그러면 그렇지… 라는’ 독백을 하며 퍼즐의 마지막 부분을 맞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태석 신부가 활동하던 톤즈 살레시오 공동체와 진료다니던 인근 마을에 대한 영상파일을 200기가 이상 확보해 당시 상황을 묘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금의 톤즈는 20년 전의 톤즈에 비해 길을 비롯해 나름의 발전을 해서 오히려 당시 상황은 영상자료를 통해 실제와 가깝게 묘사할 수 있다.
실제로 다큐영화 <울지마 톤즈>의 대부분 영상도 PD가 신부님 계실 때 직접 가서 찍거나 인터뷰한 게 아니다. 신부님께서 선종 3년 전 방문하셨던 분들이 찍었던 영상과 ‘한민족 리포트’에 방영되었던 걸 편집한 것이고, PD가 직접 톤즈에 간 건 선종 후다. 그래도 훌륭한 다큐영화가 나올 수 있었듯이, 전기를 쓰기 위해 확보한 당시 모습과 활동을 파악할 수 있는 영상자료는 차고 넘쳐서 초고 쓰기를 시작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영화 <울지마 톤즈>에서 느낀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태석 전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감동은 무엇이고 영화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 걸까? 영화에서 보여준 이태석 신부의 모습은 마지막 3년의 모습이고, 이때는 그 이전에 흘렸던 땀과 눈물이 보람있는 결과로 나타났을 때다.
이번 전기에서는 이태석 신부가 그 이전에 흘렸던 땀과 눈물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늦게 신부가 된 그가 어떻게 훌륭한 선교사제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훈련과정을 거쳐 아프리카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는지도 보여준다.
이런 부분들이 영화와 다른 점이고,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감동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책이 되기 위해서는 <이태석 전기>의 편집팀에서 기대하는대로 “주제와 취재의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쉽고 감동적인 전달력있는 원고”를 써야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은 ‘칭찬’과 ‘과잉 감정’에 대한 ‘유혹’을 떨치는 일이다. 물론 눈물도 ‘구걸’하지 않아야한다. 좋은 전기를 쓰기 위해서는 냉정하면서 따뜻한 시각을 갖고 ‘칭찬하지 않는 게 진짜 칭찬’이라는 관점을 놓치지 않아야한다. 그래서 전기는 ‘위인전’이나 ‘영웅전’을 쓰는 것 보다 몇배 더 어렵다.
그는 어렸을 때 사제의 꿈을 품었다가 그 꿈을 포기한 시절도 있었고, 톤즈의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상황에 놀라면서 두려움을 느꼈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이때 어릴 때 영화를 보면서 막연히 품었던 ‘선교사의 꿈’이 의학공부를 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좌절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이태석 신부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전기에서는 이태석 신부의 인간적인 모습은 무엇이었고, 우여곡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포함되지만, 그래도 ‘기승전 이태석 신부는 훌륭한 사제’다.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초고를 시작한다. 두려운 마음 가득하지만 천국에 계신 이태석 신부님의 빽을 믿고 ‘재미있으면서도 깊은 감동이 있는 휴먼스토리’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