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2.22 14:22
“나누기에 가진 것이 너무 적다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에겐 하찮은 1%가 누군가에게는 100%가 될 수 있습니다.”(이태석 신부)
1999년 여름 이태석 신부는 로마 교황청에서 세운 살레시오대학교에 유학 중이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케냐·탄자니아로 선교체험을 갔다가 우연히 내전 중인 수단의 톤즈를 방문하게 된다.
톤즈의 밤하늘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해가 뜬 톤즈는 폐허 그 자체였다. 폭격으로 학교 건물은 흔적을 찾기 어려웠고, 아이들은 나무그늘을 찾아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 한 끼조차 힘든 상황이었고, 병원에는 의사도 없이 몇 종류의 약만 흩어져 있었다.
그는 한센병 환자 마을을 방문한 후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서원했다.
로마로 돌아온 이태석 신부는 곧바로 살레시오회 본부에서 모집하는 선교사에 지원했고, 1년 후 그가 서원하던 가난과 폐허의 땅 톤즈로 향했다.
그리운 사람, 고 이태석 신부의 삶과 여정을 갈무리한 전기 <신부 이태석>이 출간됐다.
국내 대표적 전기작가 이충렬과 이 신부가 생전에 설립한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와 함께 만든 공식 전기다.
이 책은 이 신부가 남긴 편지와 메모, 그와 함께 한 사람들의 증언과 인터뷰, 100여 장의 생생한 사진을 통해 마흔 여덟 해 그의 삶을 반추한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길(전공의 시험장의 빈자리/26호점에서 태어난 자리/첫 번째 부르심/갈등 속에서/의사의 길/부르심 앞에서/수도자의 길) ▲운명(돌멩이와 다이아몬드/살레시안으로/제안을 받다/운명적 만남/아! 톤즈/한센병 환자 마을에서/주여, 나를 보내주소서/선교사의 십자가/발을 씻어주는 예수님/준비 또 준비) ▲사랑(주님, 알아서 하이소/동정 아닌 사랑으로/당신은 ‘마장딧’입니다/한센병 환자 발아래/음악과 함께/쫄리의 병원/1%를 향한 호소/슈크란 바바/희망을 짓다/시앗을 뿌리는 마음) ▲약속(징후/암 진단을 받다/투쟁의 계곡/Everything is Good!) 등으로 이태석 신부의 여정에 동행한다.
이 책을 쓴 이충렬은 대표적 전기 작가로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아, 김수환 추기경>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천년의 화가 김홍도>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등이 있다.
저자는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 삶과 영성을 충실히 고증하기 위해 편지·이메일, 메모, 축일 카드 등 각종 문서와 사진·영상까지 모든 자료를 섭렵했다. 서적·논문, 일간지, 천주교 회보에 실린 이 신부 관련 자료까지 꼼꼼히 검증했으며, 의대 동창, 살레시오회 동료 신부, 톤즈 봉사자 등의 육성을 담았다.
저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내면의 갈등과 갑작스럽고 짧았던 이별의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내 이태석 신부의 마지막 모습을 조명했다.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를 기념해 펴낸 이 책은 한국살레시오회, 수단어린이장학회 등의 지원으로 그의 발자취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인가를 받아 완성했다.
이 책의 인세는 전액 수단어린이장학회에 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