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키우는 아이들
안녕하세요! 저는 필리핀 리잘 주, 산마태오에서 공부방 소임을 하고 있는 예수성심전교수녀회 김성경 레나 수녀입니다.
저희 지역은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외곽 지역으로,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합니다. 저희는 특히 병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결핵 환자를 위해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하루 한끼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본격적으로 아이들의 기초 학습을 돕고, 한끼의 식사와 비타민을 제공하면서 산마태오 공부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공부방은 한 해에 초등부 1학년만 17명 정도의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그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6년 동안 돌보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한 해에 17명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 신청하는 가정은 60~70가구 정도가 됩니다. 그래서 한 달이 걸리더라도 모든 가정을 방문한 후에 우리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아이들만 선정하여 돌보고 있습니다. 2018년도에는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새롭게 리모델링했고 아이들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가정을 방문하던 중에 6년을 우리와 함께 한 아이들이 졸업 후에 고등학교를 제대로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학교를 자퇴해서 아버지와 함께 공사장에 다니는 아이들, 어머니를 대신해서 남의 집에 빨래나 주인집 아이를 돌보는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아이들, 가정 형편으로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돌보았던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모른 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산도, 계획도 없었지만 무작정 아이들을 다시 센터에 불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지역이지만 학교를 제대로 졸업한 아이들만이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아이들을 다시 찾아서 고등부 토요일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다시 희망을 주었습니다. 헛된 꿈이 아니라 노력하고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을 졸업하는 가정의 수는 아주 소수입니다. 당장의 일당인 500페소(우리 나라 돈으로 12,000원 상당)가 아쉬운 사정이기에 아이들이 학교를 관둔다고 하면 부모님들 또한 쉽게 받아들이는 상황입니다. 아빠의 삶이, 엄마의 삶이 그대로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상황이기에 그 상황을 멈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를 제대로 마쳐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도록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의 감사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6년 동안 함께했던 익숙한 장소에 아이들은 다시 모이기 시작했고, 40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산에서 학교까지 가는 교통비가 해결되었고 학교 과제를 충실히 제출하게 되었으며 학교 준비물을 챙겨갈 수 있게 되었고 모르는 것을 물을 수 있는 곳이 생겨났습니다.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되었고 마음 속에 희망과 열정을 다시금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고등부 아이들 성적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부족한 부분은 부모님을 설득해서라도 도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인식도 변화하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언젠가 아이들의 생각을, 꿈을, 목표를 응원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방황하던 아이들은 다시 모여 함께 활동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면서 하느님의 안전한 울타리가 한번 더 생겨났음에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음악 밴드부도 만들어서 아이들이 공부만이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연대할 수 있는 활동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아래 하나라는 상징을 이렇게 아이들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도 도움의 손길을 주신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의 후원회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비록 지금은 3명의 대학생뿐이지만 차츰 더 많이 대학에 진학할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시길 기도드립니다.
팬데믹 기간은 세계 모든 곳에 힘든 시간이었지만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더없이 가혹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이겨내야 했고 결국 살아남았습니다. 팬데믹 동안 공부방은 2학년 여자 아이와 또다른 가정에 여섯 자녀를 둔 엄마를 잃었고, 식량을 배달하다가 총 앞에도 서야만 했으며, 길거리에 기절한 여성을 어느 누구도 만지거나 돕지도 않을 때 나서서 도와야 했던 시간을 보냈습니다. 선교사는 하느님의 심부름을 잘하는 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성찰합니다. 그들이 멈추지 않고 예수님께서 준비하신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는 것이 저의 심부름이라 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꼭 대학 진학이 아닌 다른 꿈을 가지더라도 그 꿈을 끝내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고 믿음을 주고 싶습니다. 꿈의 현실화,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올해의 장학 프로그램이 계기가 되어 오랫동안 연장되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우리 아이들의 꿈은 여러분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커갈 것이고 여러분의 기도로 그분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작은 저의 기도로 여러분의 영육간의 건강을 간청하며 그분의 손길이 늘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김성경 레나 수녀 / 예수성심전교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