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의 불씨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와 후원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저는 캄보디아 바탐방 교구 크낟로미어 지역에서 소임을 하고 있는 성가소비녀회 박 세라피나 수녀입니다.
이곳은 프놈펜에서 8시간, 바탐방시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농촌 마을입니다. 이 곳은 우리나라의 농촌마을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노인 인구와 어린이가 많고, 경제활동 능력이 있는 노동연령층은 주위의 다른 나라나 캄보디아의 도시로 나가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가족은 다른 사람의 농토를 빌려 농사를 짓고 있지만 비싼 농약 값, 비료, 파종 시기와 수확 시기에 필요한 비싼 기계 사용료 등을 제하면 어느 때는 수익보다 빚이 더 많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조부모에게 맡겨져 양육을 받고 있습니다. 조부모들은 있는 힘을 다해 돌보고 있으나 주위 상황 때문에 한계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안 일을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시골마을 상황 상 지역에 학교가 없기 때문에 자가 교통수단인 오토바이가 없다면 멀리 있는 학교를 다닐 수가 없습니다.
이곳 성당 안에 있는 청소년센터에서는 학교에 다닐 만한 가정 형편이 안 되는 학생 20명이 같이 생활하면서 공동생활을 통해 서로에게 중요한 나눔과 배려를 배우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청소년센터가 붕괴 위험이 있고, 학생들의 학습 환경과 생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공감해주신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자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곧 청소년센터를 신축할 계획을 갖고 있고, 여러분의 후원으로 학생들에게 컴퓨터, 책상, 빔 프로젝트, 식탁 등 많은 지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마을에는 고혈압과 당뇨를 동반한 환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음식문화로부터 오는 것이리라고 보여집니다. 저희는 각 가정에서 혈압과 당뇨를 체크하고 복용하고 있는 약을 확인하고 설명을 하면서 자가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만나 어려움이나 필요한 물품을 지원해 주며 경제 사정이 열악한 가정에는 쌀과 부식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가정을 방문하면서 그들이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를 공감하면서 해결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 안에 있는 자그마한 불씨라도 있으면 그들이 불을 지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을 하면서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렛 삔은 19살로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처음 삔을 만났을 때는 얼굴 표정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마지막 학년을 공부하고 있는 그와 만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건장한 청소년의 모습을 가져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는 아침에 학교를 갈 때 친구가 오토바이를 태워 주어서 학교에 갑니다. 그러나 그의 집은 너무나 사정이 열악하여 아침에 밥을 먹을 수가 없어서 굶고 학교에 갑니다. 삔은 저에게 사실 배가 너무 고파서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방과 후에도 공부를 하고 싶은데 과외비가 없어서 배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친구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얻어 탈 교통수단이 없어 학교에 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도움을 받아 장학금을 지원했습니다. 이제 삔은 꿈이 생겼습니다. IT를 전공하고 싶다고 하며 자기가 학교를 졸업하면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누군가에게 돌려 주고 싶다는 꿈을 얘기하곤 합니다. 학업에 열중하면서 자신 안에 있는 불씨를 발견했고 그 불씨는 그에게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와 후원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박희옥 세라피나 / 성가소비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