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도우심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저는 자비의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의 안나 크리스티나 수녀입니다. 저는 현재 브라질 파부나의 <세그리 신부 사회복지센터>에서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외곽, 파부나에 위치한 <세그리 신부 사회복지센터>는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위험에 처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돌보기 위한 취지를 갖고 시작되었습니다. 파부나는 리우데자네이루 지역 중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지역 어린이의 대부분이 사회나 어른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조부모님 댁에 있거나, 때로는 혼자서 하루를 보냅니다. 경제 활동을 하느라 바쁜 부모님들은 자녀들의 성장과 교육 과정을 따라가기 어려워 학교나 친척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쉽사리 마약, 매춘, 비위생적인 환경, 가정 폭력에 휩쓸립니다.
수년간, 수녀회는 파부나 지역, 성안토니오 학교에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일에 협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2004년 8월,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세그리 신부 사회복지센터>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센터에서 교육, 문화, 스포츠, 여가 활동 및 음식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성장과 교육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마땅한 공간이 없어 성안토니오 학교의 한켠을 빌려 어린이 16명을 돌보았습니다. 센터를 설립한 이후, 지금은 여섯 살부터 열네 살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 80명을 돌보며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기에 이 환경을 벗어나서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꿈을 꾸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싶고, 아이들의 심리, 사회적 문제들을 보듬고 싶습니다.
돌봄 활동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됩니다. 오전반 아이들은 아침 식사를 하고, 이후 나이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뉘어서 번갈아 활동을 시작합니다. 활동은 컴퓨터 수업, 태권도 수업, 댄스 수업, 돌봄 프로그램,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합니다. 활동이 끝나면 아이들은 샤워를 마치고 깨끗하게 교복을 입은 뒤 점심을 먹고 학교에 갑니다. 12시에서 13시 사이에 학교가 끝나는 오후반 아이들은 센터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활동에 참여하며, 활동이 끝나고 간식을 먹은 뒤 집에 돌아갑니다. 사실 이 지역의 공립 학교는 많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드는 일도 중요합니다.
센터의 활동은 매년 2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됩니다. 예외적으로 올해 2023년에는 센터 운영방침이 정부 규정으로 인해 일부 개정되어서 5월부터 돌봄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수녀님들, 전문가들, 직원들, 자원봉사자들, 협력자들, 그리고 가족들의 공동 미션입니다. 여러 상황이 맞물려 있지만, 센터는 꾸준히 아이들의 기술 · 창의력 계발에 힘쓰고, 가족 · 지역사회 · 교육자와의 유대를 강화하여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변화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저희는 ‘사랑’, ‘정의’, ‘자유’의 영감 아래에서 아이들을 위해 사목하며, <세그리 신부 사회복지센터>가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공간으로써 자리매김하길 원합니다. 센터에 오는 아이들의 부모님은 보통 무직이거나 비정규직 또는 가정부로 일하는 사람이 많고, 대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가난의 한계치에 다다랐기에 생계를 이어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약과 폭력에 노출되고 사회적 외톨이가 되기도 합니다.
<세그리 신부 사회복지센터> 인근에는 센터와 협약을 맺은 공립 학교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극빈층 가정에서 7세부터 14세까지의 학생들을 선별하여 사회적 평가와 교육적 평가를 실시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선발합니다. 또는 친구에게 센터 활동에 대해 들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센터에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아이가 찾아오기에 센터 프로그램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의 최대치는 이미 넘은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는 정보가 부족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못하여 교육을 받기 힘든 아이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대부분의 비영리단체와 마찬가지로 <세그리 신부 사회복지센터> 역시 자금 문제와 구조적 어려움으로 인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돌봄 수요는 더욱 증가했고, 이를 해결할 자원은 부족합니다.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회원 여러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도우심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센터에서는 올해의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정부 방침에 따라 낙후된 건물의 리모델링에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운영이 중단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운영비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올해 센터를 어떻게 유지하고 운영할지에 대해 걱정하던 중 한국 공동체 수녀님들이 파부나를 방문했습니다. 수녀님들은 직접 센터와 마을을 돌아보고는 파부나에 절실히 도움이 필요함을 알아채셨습니다. 그리고 이 필요를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에 전했고, 이윽고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로부터 기쁜 소식을 받게 되었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 삶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이 소임에 도움을 주신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 후원자분들 모두의 관대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나 크리스티나 수녀 / 자비의메르세다리아스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