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올해 초 우리 장학회는 명칭을 ‘사단법인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로 바꿨습니다. 종전의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란 명칭은 이태석 신부님이 수단 남부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실 때부터 – 당시는 남수단이 수단으로부터 독립하기 전이었습니다 – 15년 이상 사용해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이 흐르고 사람도 바뀌어서 이태석 신부님과의 관계를 명칭에 넣음으로써 우리 장학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한편으론 ‘수단어린이장학회’라는 아름다운 이름도 보존하겠습니다.
이태석 신부님 선종 이후 13년이 지났지만 그분을 기억하고 존경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10년 이상 꾸준히 후원해온 회원 수가 3천 명 가까이 됩니다. 지난해에도 4천여 후원회원들께서 10억여 원을 후원하였고, 9억 1,500만 원을 남수단 등 13개국 30개 공동체에 지원하였습니다. 한편에선 우리의 사랑스런 젊은이들이 기꺼이 장학회의 일원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진행되는 이태석 영상제 운영, 장학회 홈페이지 개편작업 등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함께 이태석 신부님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젊은이들이 함께 읽고 공부한 책은 이태석 신부 10주기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출판된 전기 <신부 이태석>(이충렬, 2021)입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돈 보스코를 닮은 살레시안으로 되갚는 선교의 모범을 보였으며 안일이나 자기만족에 머물지 않고 항상 새롭게 도전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특출한 재능이나 화려한 업적, 성공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와 똑같이 나약한 모습으로 일상의 삶 속에서 하느님 앞에 겸손하였고 죽음 앞에서 고뇌하였습니다. 영적 투쟁을 통한 자기 비움의 힘으로 그는 많은 이들을 착한 그리스도인 정직한 시민의 길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이 전기의 영어판인 <Everything is Good : A Biography of Fr. John Tae-seok Lee>(2023)가 출판되었습니다. 여러분께 <신부 이태석>의 일독을 권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태석 신부님을 성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성자들이 많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웃집 성인’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신부 이태석>에 나오는 살레시오회의 노숭피 신부님, 원선호 신부님, 공민호 수사님, 제임스 신부님 등은 모두 성인이라 부를 만한 분들입니다. 교황님 또한 살아있는 성인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태석 신부님은 언젠가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시성이 되어 성인품에 오를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교회는 사도신경에서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 communion of saints)을 믿으며”라고 신앙고백을 합니다. ‘모든 성인의 통공’은 세상에 살고 있는 신자들과 천국에서 천상의 영광을 누리는 이들과 연옥에서 단련받고 있는 이들이 모두 교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기도와 희생과 선행으로 서로 도울 수 있게 결합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성모 마리아나 성인을 통해 우리가 바라는 바를 간접적으로 하느님께 전달하는 기도를 ‘전구(轉求, intercession)’라 합니다. 이는 초기 교회시대로부터 전승되어 내려온 것입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서로를 위하여 기도와 단식을 하였고 2, 3세기에는 배교자가 다시 교회로 돌아오도록 순교자를 통하여 전구하였다고 합니다. 4, 5세기에는 성인을 통한 전구에 대한 교리가 완전히 확립되었습니다. 성모님은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 구속사업에 협력했고 성인들은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우리를 위한 전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전구는 믿는 이들과 예수님과의 직접결합을 돕습니다(교의헌장 60).
그렇다면 우리가 성인이라고 믿는 이태석 신부님을 통한 전구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태석 신부님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날에 “돈 보스코!”라고 외친 후 살레시오회 수도자들을 바라보며 “Everything is Good!”이라고 말하고 몸을 눕힌 다음 혼수상태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분은 돈 보스코 성인과 함께 찌들고 병든 우리 중생들, 특히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서 예수님께 기도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교회의 전통에 따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태석 신부님께 전구를 청해봅시다. 또 곤경에 처한 이웃들에게 이태석 신부님과 함께 기도할 수 있다는 초대를 해보면 어떨까요.
하느님 나라에서 회원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을 위해서 이태석 신부님께서 기도하고 계십니다. 저희도 여러분의 후원과 격려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우리 장학회를 위해서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태석 신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최선호 /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