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서 더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행운
무더운 태양과 엄청난 습기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무겁게 하는 한 여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서면으로나마 여러분들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제가 이태석 신부님을 알게 된 것은 많은 분들이 그러하겠지만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붉은 노을이 지고 있는 초원을 오프로드용 차를 타고 가면서 환하게 웃음 짓는 신부님의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보다 더 뜨겁고 무더운 아프리카에서 이름도 들어본 적조차 없던 남수단의 톤즈라는 곳에서의 웃음, 뜨거운 태양보다 더 시원했던 그 웃음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행복한 모습,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던 벅찬 행복이 화면 밖으로까지 전해져 가슴이 뜨거워지던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이 신부님을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걸까요? 그것은 아마도 신부님께서 함께 생활하셨던 그 마을의 모든 사람들의 고통과 기쁨을 진정으로 나누며 그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신부님을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신부님께서는 당신께 주어진 것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기를 원하셨고 그것이 기쁘게 쓰이길 바라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신부님께서는 당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아이들과 그 지역 사람들에게 전해주셨습니다. 때로는 사제로, 때로는 음악으로, 때로는 의사로, 때로는 건축가로, 때로는 친구로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힘에 부치실 때는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어 낮은 모습으로 도움을 청하셨고, 그러한 행동은 우리에게도 더 낮은 곳에서 더한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시며, 우리 또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행운을 주셨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후원자 여러분, 내년은 신부님 선종 15주년이 됩니다. 신부님께서는 더 이상 우리 곁에 머물고 계시지는 않지만 그 전 보다 좀 더 가까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사셨던, 살아가길 바랐던 모습을 우리가 다함께 이어 나가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신부님께서는 우리의 1% 나눔이 누군가에게는 100%의 희망이 되고 또 그 희망은 100% 이상의 기쁨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저희에게 알려주셨고, 저희 또한 지금 느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신부님께서 바라셨던 마음이며 우리가 앞으로 함께 나가야 할 길인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 장학회는 후원자 여러분의 관심과 나눔의 실천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마을 톤즈 후원을 시작으로 지금은 어느 곳이든 우리의 작은 나눔이 필요한 곳이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이 모습은 후원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모습이라 생각하고, 후원자 여러분과 함께 더 많은 꿈을 꾸고 싶습니다. 신부님께서 보여 주셨던 그 충만한 웃음을 우리가 다 함께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3,30)는 말씀이 있지만 우리들의 사랑 만큼은그 어느 누구 보다 커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고민정 /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