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 가고 처서와 추석 또한 지나갔지만, 여전히 더위는 있는 듯, 낮과 밤의 기온차가 조금 커 보이는 날입니다. 여러분들의 환절기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가 작은 인터넷 모임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출발한지 22년차가 되었네요! 그 중에 반은 신부님 생전에, 그 반은 신부님 사후가 되는 듯 합니다. 신부님 생전에 함께 해오셨던 후원자님들은 그때는 십시일반으로 지갑을 털어 작은 카페에 모여 음악회도 열었고, 좀 더 많은 분들이 모여서는 큰 음악당도 빌려서 음악회가 열렸던 일들이 벌써 오래전 일이 되었습니다. 남수단 톤즈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작은 모임일지라도 하느님을 증거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모습들이 선합니다.
신부님을 알리는 결정적 영상물, 2003년 방영된 ‘KBS 한민족 리포트-아프리카에서 찾은 행복’은 이태석 신부님의 젊은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습니다. 이 한민족 리포트가 촬영될 당시에 수단은 이슬람 기반의 북부수단과 가톨릭 기반의 남수단과의 내전으로 매우 정치적으로도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이 영상물의 첫 번째 촬영을 위해 케냐를 출발한 촬영팀들은 불행히도 무장 강도를 만나 모든 촬영 장비를 빼앗겼고, 당시 촬영진들이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한국으로 돌아와 재촬영을 시도한 끝에 제작되었습니다. 이것은 당시 PD님이 예산 투입 및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된 뜻깊은 영상물입니다. 신부님께서도 대단한 용기와 집념으로 기적같이 제작되어졌다고, PD님께 감사한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6.25 전쟁으로 피폐해진 가난한 한국에서도 고아들을 거두고 빈민을 구제하며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세웠던, 대부분의 가톨릭계의 선교사업 일환으로 하느님을 알리는 독특한 방식의 선교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태석 신부님도 이를 증거하는 모습으로 이전부터 이뤄져 오고 있었던 톤즈에서의 가난한 청소년들에게 교육사업과 의료사업에 참여하고자 톤즈로 가신 것입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주변에 모이는 이들을 보면 늘 아픈 사람이 아닌, 아이들이 주를 이룹니다. 결혼도 하지않는 신부임에도 아이들은 너무도 신부님을 좋아했습니다. 친구들 모임에서도 아이들은 신부님 주변을 빙 돌아 앉아 신부님의 몸동작과 손에 숨기고 있는 물건에 관심이 많았고, 아이들의 관심이 떨어지면 박자를 맞춰 무언가를 두드렸습니다. 또 신부님은 또 다른 관심을 집중시켜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늘 함께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부님은 음악적 달란트는 말할 것 없고 타인을 대할 때에는 늘 관대하고, 받아주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또한 남을 평가하거나, 평생 화를 낸 적이 한번도 없었던, 배려 깊은 인간적 모습으로 기억됩니다.
신부님을 다룬 다른 영상물 ‘울지마 톤즈’를 살펴 보면, 약간은 쓰리고 아픕니다. 아이들의 교육과 삶을 돕기 위한 그의 헌신이 의사라는 직종에 더 주목되어진 듯 합니다. 의사이면서 예술적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소통하는 모습에서, 더 안타까운 삶을 마감하는 슬픈 장면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슬프고 눈물도 많아지며 마음이 착찹해집니다. 한민족 리포트에서의 젊은 모습,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친근히 다가오며 손을 내미는 신부님의 모습이 제게는 더 생생히 기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정작 신부님은 운명 전에 ‘Everything is Good’이라며 긍정적인 용어를 남기시기도 하셨으니, 참 대단하시다고 생각되어집니다.
“Everything Is Good!”
역시 신부님은 센스가 있는 멋진 남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부님께서 하시던 교육적 사목과 그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달란트인 의료 사업의 기여는 곧 하느님 사업이요, 오늘 내 육신의 모습이 저물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 아래 더 많은 사랑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그 작은 씨앗들이 흩어지고 날려 흔들림 없는 사랑 나눔에 동참하리라는 확신에서 나온 용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 신부님의 선종 14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신부님께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고자 했었던 사업들이 식을 줄 모르고 지속되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선교하셨던 가난한 곳 톤즈와, 신부님께서 살피시고자 했던 또 다른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신부님의 이름으로 교육의 기회와 의료의 혜택이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신부님을 잘 알지 못했었던 새로운 젊은 후원자님들과 그 후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계속 이어지고 있음은 신부님이 우리게 남긴 ‘Everything Is Good’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최장승 총회사원 /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