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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수단 체험기 펴낸 환경부 이재현 과장 |
“내전속 아이들은 흙탕물ㆍ한끼죽으로 연명”
8일 인터넷카페 회원들과 지원방안 논의
(서울=연합뉴스) 문병훈 기자 = `인종청소’ 등으로 국가적 고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민중을 돕기 위해 발로 뛰는 중앙부처 엘리트 공무원이 있어 관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다르푸르 사태'(양민살해ㆍ약탈)로 국제적으로 유명한 남(南)수단 현장을 3년 전 다녀온 이재현 환경부 수질정책과장은 작년 말 수십년째 전쟁과 가난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수단인들의 삶의 현장을 수기 형식으로 소개하는 책을 냈다.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는 이 책에서 이 과장은 2003년 3월14일부터 10일 간 수단 남부 톤즈(Tonj)에서 목격한 남수단인들의 처차한 삶의 실상을 상세히 전하면서 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간접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책에는 20년 이상의 내전 여파로 가난과 질병에 신음하는 남수단 흑인들의 처참한 생활상과 그 속에서 `남수단의 슈바이처’로 통하는 한국인 이태석 신부의 봉사활동, 남수단 어린이들의 교육에 대한 순수한 열정 등이 생생하게 수록돼 있다.
환경부에서 `정책통’으로 유명한 이 과장이 아프리카에서도 오지 중 오지로 통하는 남수단 톤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0~2003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 요원으로 가족과 함께 케냐 나이로비에서 생활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나이로비에서 가톨릭 한인회장을 맡았던 그는 톤즈에서 선교활동을 펼쳐온 이태석 신부를 만나 남수단인들의 참상을 전해듣고서는 이 신부의 요청에 가족과 함께 `운명적인’ 톤즈 방문을 하게 된다. 이 신부는 명문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의사로 활동하다 뒤늦게 로마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톤즈에서 의료와 선교활동을 수년째 펼쳐 KBS가 2004년 12월 `한민족 리포트’에서 `수단의 슈바이처’로 소개한 인물이다.
그는 책에서 “호롱불이라도 있고 원시적이지만 농사는 지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흙탕물이 흐르는 강가에 엎드려 그 물을 그냥 마시고 끼니는 죽으로 하루 한끼만 겨우 해결하고 있었습니다”라고 적고서는 톤즈 마을의 첫 인상을 `망치로 얻어맏은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물이 없어 농사도 짓지 못하는 황무지에서 북(北)수단 아랍계와 20여년 간 지속된 내전의 여파로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남수단 흑인들이 이 신부에게 진통제나 사탕 한알을 얻기 위해 수십㎞를 걸어오는 모습 등을 목격한 이 과장은 톤즈를 신석기시대 박물관에 비유하기도 했다. 톤즈에서 남수단 반군에게 이 신부와 함께 억류되기도 했던 이 과장은 선친의 급작스런 부고에 열흘만에 톤즈를 떠났지만 그곳의 참상을 잊지못해 귀국 직후부터 남수단인 돕기에 앞장 섰다.
KBS의 `한민족 리포트’에서 이 신부의 선행을 보고서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수단 이태석 신부님(http://cafe.daum.net/WithLeeTaeSuk)’이란 카페를 개설한 이들이 이 과장에게는 큰 힘이 됐다. 카페 회원은 현재 550여명에 달한다. 이 과장은 톤즈에서 틈틈이 기록한 경험들을 2004년 이 카페에 올린 데 이어 같은 해 카페 회원들과 함께 대학로에서 음악회를 겸한 1일 찾집을 열어 수익금 2천만원을 이 신부에게 보내기도 하는 등 남수단인을 위해 `1일 1% 나누기’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아직도 박봉을 털어 톤즈 어린이 몇명의 학비까지 대고 있는 그의 선행은 관가에 널리 알려지면서 지난 연말 정부정책 홍보사이트인 `국정브리핑’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과장은 “케냐에서 3년 간 생활하면서 아프리카에 대해 나름대로 안다고 자부했지만 톤즈를 보고나서는 아프리카를 너무 많이 몰랐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남수단의 참상을 최대한 많이 알려 관심을 쏟게 하고싶은 마음에서 책을 냈다”고 말했다. 이 과장과 카페 회원들은 남수단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8일 정기총회에서 남수단 어린이를 위한 장학회 설립과 한국초청 방안 등을 논의한다.
b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