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태석 의사·신부 못다한 꿈 이을 의료인 모집
수단어린이돕기장학회 숙식·왕복 항공료 지원
▲ 고 이태석 신부는 병원에 올 수 없는 먼 곳에 떨어진 마을 주민을 위해 손수 지프를 몰고 야외진료에 나서기도 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와 교육에 헌신하다 말기암 판정을 받고 지난 1월 14일 선종한 고 이태석 신부의 못다한 꿈을 이어갈 자원봉사 의료인을 모집한다.
이재현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장)는 “고 이태석 신부는 병이 나으면 한 층 업그레이드된 톤즈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다”며 “7년 동안 수단 남부 톤즈마을에서 손수 벽돌을 쌓아 병원을 짓고, 수많은 한센병 환자와 감염병 환자를 돌본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봉사를 할 수 있는 의료인들의 손길이 가장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1987년 인제의대를 졸업하고, 1990년 군 복무를 마친 후 뒤늦게 광주 가톨릭대에 입학, 성직자의 길을 걸었다. 2001년 사제 서품을 받자 마자 아프리카 수단 남부지역 톤즈마을에 둥지를 튼 이 신부는 질병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해 손수 벽돌을 찍어 병동과 진료소를 만들고, 초중고등학교를 세워 청소년 교육에 헌신했다.
종교와 인종 갈등으로 20여년 넘게 내전을 계속해 온 수단은 경제 기반이 대부분 붕괴, 기아와 질병에 신음하는 저주받은 땅으로 불렸다. 절망의 땅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이 신부의 모습은 2003년 KBS 한민족 리포트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고, 인터넷 Daum에 후원카페(수단이태석신부님)와 수단어린이장학회가 결성되면서 희망의 싹을 움트기 시작했다. 2000여명에 달하는 후원카페 회원들이 매달 십시일반 모금한 후원금은 돈보스코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개교하는 밑거름이 됐다. 7년 동안 이 신부가 뿌린 사랑의 씨앗들이 하나씩 결실을 맺으며 톤즈마을은 희망을 꿈꾸는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신부는 모처럼 휴가를 얻어 한국을 찾은 길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힘겨운 투병 과정에서도 톤즈에 돌아갈 날을 기대하던 이 신부는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 신부는 생존 당시 고통스런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저를 기다리는 많은 아이들과 형제 자매들이 있는 톤즈를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다녀오곤 한다”며 헐벗고 굶주린 채 병마에 신음하는 수단 사람들을 위해 살겠노라는 다짐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을 가장 안타까워 했다.
2000∼2002년 케냐 나이로비 유엔환경계획 사무국 요원으로 파견근무를 하다 남수단 톤즈마을을 방문, 이 신부와 인연을 맺은 이재현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은 자신의 체험담을 담은 <아프리카의 햇살은 언제나 슬프다>를 출판, 인세 수익금 전액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데 이어 장학회를 결성, 수단 청소년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경숙 회원(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지난 2007년말부터 2008년까지 남수단 톤즈를 방문, 1년여 동안 이태석 신부를 도와 의료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 톤즈병원에는 이 신부의 선종 이후 자원봉사 의사가 없어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다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이사장은 “3개월 이상 의료봉사를 할 수 있는 의사 선생님들이 자원해 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가능한 많은 의사들이 자원해 의료봉사가 끊기지 않고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의료봉사에 자원하는 의사회원을 위해 숙식과 왕복 항공료 등을 제공키로 했다. 문의(010-8519-8844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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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