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수단의 오지에서 자신을 희생해 가며 의료·봉사활동을 벌인 ‘수단의 슈바이처’ 고 이태석 신부가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는다. 행정안전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추천 포상 수상자로 이 신부 등 24명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인제대 의학과를 졸업한 이 신부는 2001년 사제서품을 받고 신부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수단 남부의 톤즈에 병원을 짓고 이웃들로부터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 등을 돌봤다.
또 톤즈에 초·중·고교 12년 과정의 유일한 학교를 건립해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이 신부는 어린이까지 소년병으로 징집되는 내전 상황에서 남부 수단 최초로 35인조 브라스 밴드를 창단했으며, 총 대신 악기를 든 아이들의 모습은 오랜 내전에 시달리던 남부 수단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신부는 생전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든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며 “교육만이 수단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아프리카를 달라지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잠시 귀국했다가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이 신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수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지만, 끝내 수단의 아이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2010년 1월 선종했다. 이 신부의 삶은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로 제작돼 상영되기도 했다.
또 한푼 두푼 모은 1억원의 전 재산을 장학회에 기부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황금자(87·동백장) 할머니와 13세 때 지뢰 사고로 양손을 잃은 장애인으로서 힘든 염전 일을 해서 번 돈의 10%를 지역 독거노인에게 기부하는 강경환(51·동백장)씨 등 6명도 국민훈장을 받는다.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안경을 제공해온 박종월(60)·안효숙(여·59)씨 부부 등 9명은 국민포장을, 소외된 어린이에게 동화구연을 하는 ‘아버지봉사회’ 회장 편사범(58)씨 등 8명은 대통령 표창 및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7월 이 신부의 가족과 수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훈포장 및 표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국민추천 포상제는 봉사와 기부, 선행을 실천한 공로자를 국민이 추천해 정부가 포상하는 제도로,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361명이 추천됐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