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의대생 루벤·아콧 씨 “한국의 의술 익혀 톤즈로 돌아갈겁니다”
‘톤즈.’
아프리카 남수단에서도 지독한 오지에 속하는 이 지역의 이름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뭘까? 아프리카를 위해 봉사하다 스스로 산화한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그린 ‘울지마 톤즈’ 때문은 아닐까?
그 톤즈에서 온 두 청년, 존 마옌 루벤(26·오른쪽)과 토마스 타반 아콧(28)이 지난 2일 외국인 특별 전형으로 인제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12학번입니다. 하하.” 나이는 토마스가 두 살 더 많지만 키는 존이 한뼘 정도 더 컸다.
검은 낯빛에서 아프리카 출신임을 단박에 알 수 있지만 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의외로 뛰어났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딱 그래요.” 속담도 활용할 줄 알았다.
“의대는 한국 학생들도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것도 졸리 신부님이 다닌 의대에 입학했으니 이런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졸리는 존 리(John Lee)를 뜻했다. 세례명이 ‘요한’인 이태석 신부는 톤즈에서 그렇게 불렸다.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졸리 신부님처럼 꼭 훌륭한 의사가 돼 톤즈로 돌아갈 겁니다.”
공부가 어떠냐고 물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는 더 어려워요. 이해도 쉽지 않지만 영어로 된 책을 읽고 한국어로 다시 설명해야 하니 많이 힘들어요.” 토마스는 특히 한자어로 된 책이 많아 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다행히 교수님과 동기들이 많이 도와줍니다.”
이들은 인제대 기숙사에서 한국인 학생과 함께 지내고 있다. “한국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어요. 추위도 참을 만하고 매운 음식도 잘 먹습니다.” 하지만 해산물은 아직 낯설다고 존이 말했다. “감자탕이 좋아요. 입에 딱 맞거든요.” 하지만 인제대 주변에서는 아직 맛있는 감자탕집을 찾지 못해 아쉽다며 토마스가 웃었다.
이들이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지난 2009년 12월. “벌써 2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서울과 충북지역에서 한국어를 익혔습니다. 부산에는 입학을 앞두고 지난 1월에 왔고요.”
이들의 유학은 이 신부가 톤즈에 있을 때부터 추진됐다. “신부님이 우리를 직접 선발했어요.” 지금 이들의 후견은 이 신부를 돕던 수단어린이장학회가 맡고 있다.
“선종 직전에 신부님을 병석에서 만났습니다. 그때도 신부님은 되레 우리를 걱정하셨지요. 어디에나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며, 나쁜 사람이 설령 좋지 않은 말을 해도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시더군요. 남수단의 미래가 우리에게 달렸다는 당부와 함께.” 지금도 간혹 힘들 때 그 조언을 곧잘 되뇌인다고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존은 특히 어릴 때부터 이 신부로부터 리코더와 기타, 밴드 연주를 배웠다고 소개했다. “제 어머니는 간호사로 신부님과 함께 일했어요.” 이들은 내륙국가인 남수단에는 없는 바다를 부산에서 실컷 보게 돼 너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남수단은 오랜 내전으로 의사가 아주 많이 부족합니다. 한국의 우수한 의술을 어서 배워 돌아가고 싶어요.”
백현충 기자·강정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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