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초등학교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들이 7일 오전 학교 교정에 고 이태석 신부 기념비를 제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전교생 ‘우유곽 저금통’ 저축
– “어려운 이들에게 써달라” 기부
“이태석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만 모여 살았던 이곳 부산 서구 남부민동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봉사의 삶에 눈을 떴습니다.” 봉사와 희생의 삶을 상징하는 존재가 된 고 이태석 신부(1962~2010년)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사)수단어린이장학회 석도제(50) 이사는 7일 오전 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초등학교 교정에서 ‘함께 뛰놀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줬다.
이태석 신부는 당시 ‘달동네’로 널리 알려졌던 남부민동의 아이였다. 10남매 중 아홉 번째로 태어나 남부민초등교를 거쳐 천마초등교(5, 6학년을 다님)를 졸업하고 대신중-경남고-인제대 의대로 이어지는 학창시절 내내 이 동네의 송도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날 이태석 신부의 첫 모교인 천마초등교 학생들은 ‘이태석의 후배다운’ 뜻깊은 행사를 열었다. 천마초등 교정에 ‘이태석 신부 기념비’를 제막한 것이다. 이 학교 진영권 교장은 “전교생이 198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이다 보니 기념비를 세우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며 “지난해부터 학생들과 함께 이태석 신부를 본받자는 교육활동을 다양하게 펼쳤고 올해는 드디어 자체 예산과 주위의 관심으로 기념비를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태석 신부를 기리는 조형물은 인제대와 송도성당의 흉상, 경남고의 동상에 이어 하나 더 늘어났다.
제막식에 앞서 더 따뜻한 행사가 있었다. 천마초 전교생은 지난달 초 빈 우유곽을 저금통으로 만들어 한 달 동안 한 푼 두 푼 저축을 했다. 돈은 아껴쓰고 먹고 싶은 것은 참았다. 이렇게 모인 돈이 47만8350원. 학생들은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사회복지기관 천마재활원 관계자에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이 돈을 전했다.
진 교장은 “우리 아이들의 ‘선배’인 이태석 신부의 삶을 본받고자 한다면 기념비만 세우는 행사로 끝내서는 안 되며 실천을 해야 한다는 데 학교 구성원이 뜻을 함께했다”며 “이 모금활동은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