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오 신부가 25일 고 이태석 신부 동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을학교 100개 짓기 프로젝트
광주서 20년동안 교사로 지내
“연아 같은 후원자 모으려 방한”
영화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가 활동했던 아프리카 남수단에 ‘김연아 학교’ ‘김태희 학교’가 들어섰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한국에서 20년 동안 교육과 선교에 몸담았던 원선오(86·이탈리아명 빈첸시오 도나티) 신부가 펼치는 남수단 교육 지원사업의 자취다.
26일 한국천주교 살레시오회에 따르면 원 신부는 동료 공민호 수사(75·이탈리아명 지아코모 고미노)와 함께 2011년 남수단에서 ‘100개 마을학교 짓기 프로젝트’를 시작, 33곳을 완성해 운영 중이다. 약 7000∼8000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공부를 배운다. 현재 건설 중인 학교도 18곳이나 된다. 그는 2015년까지 남수단에 100개 학교를 짓고, 2만 명의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 신부는 애초 관련 프로젝트를 모국 이탈리아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세계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이때 새로운 추진력이 돼준 것이 그의 제2의 고향 한국이다.
원 신부는 1962년부터 20년간 광주살레시오 중·고교 교사로 있으면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이들이 전면에서 후원금 모금에 나섰고, 이태석 신부를 지원했던 수단어린이장학회가 힘을 보탰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진 피겨스케이팅 김연아(세례명 스텔라) 선수와 배우 김태희(세례명 베르다)도 2012년 소식을 듣고 학교 설립비 7000만 원씩을 기부했다.
남수단 현지에 지난 2012년 12월과 올해 5월에 세워진 ‘STELLA YUNA KIM SCHOOL’ ‘KIM TAEHEE VERDA SCHOOL’은 이들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학교다.
현재 후원자 모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원 신부는 “당장 먹을 것을 위해 돈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에서부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2011년 신생 독립국이 된 남수단은 오랜 내전으로 인해 국가 기간시설과 주거지 등이 대부분 파괴된 상태다. 앞서 원 신부는 한반도에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던 1962년 당시 같은 이유로 한국에 왔다가 한국의 상황이 나아지자 1982년 더 가난한 이들을 찾아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는 “어린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수단의 희망을 본다”며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계속 학습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