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방님(하느님) 빽(‘백’의 잘못)만 믿으면 아무 걱정 없다”던 이태석(살레시오회) 신부 꼬임(?)에 빠져 한 가족이 무작정 남수단 톤즈로 향했다. 지난 2000년부터 3년간 케냐 나이로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 요원으로 파견됐던 이재현(가브리엘, 46) 환경부 수질정책과장과 부인 양정선(체칠리아, 42), 두 자녀 윤찬(프란치스코, 15)ㆍ성찬(토마스 데 아퀴노, 13)군이다. 하지만 2003년 3월 비행기 사다리에서 내리는 순간, 이들은 “톤즈 또한 ‘사람 사는 곳'”이라던 이 신부 얘기는 순전한 거짓말이었음을 깨닫는다. 내전과 질병,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땅, 톤즈에서 체험했던 얘기가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묶여졌다. 당초 인터넷 카페 ‘수단이태석신부님(http://cafe.daum.net/WithLeeTaeSuk)’에 개재됐던 원고를 2004년 8월 주변과 돌려보기 위해 비매품 2000부 한정판으로 찍었다가 이번에 책으로 발간됐다.
“톤즈에 도착했을 때 둔기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했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전율을 느꼈지요. 그야말로 정신이 혼미했습니다. 아프리카 상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또 수단 상황도 이 신부님께서 보내주시는 그림 파일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가보니 정말 아무 것도 없더군요. 내전에 물도 없고 식량도 없는 황폐한 땅이었죠. 불과 10일 가량 짧은 체류일정이었지만 그곳을, 그곳 생활을 어떤 식으로든 주변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책으로 내게 됐습니다.”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는 지구에서 가장 오지인 남수단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딩카족 사람들과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는 의대 출신 이태석 신부의 얘기다. 톤즈로 가는 여정을 시작으로 현지의 전쟁 같은 삶, 가슴이 멎을 듯한 환경과 기아, 톤즈의 하루 하루, 수단인민해방군(SPLA)에의 억류 체험, 톤즈 아이들의 글, 이 신부 서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책 인세는 지난 7일 결성된 ‘수단 어린이 돕기 장학회’에 전액 기탁된다.(성바오로, 8000원)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