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다큐 영화 통해 추모열기 확산
성금 등 사랑·나눔 실천으로 이어져
의료봉사 지원·후원회원 가입 급증
지난해 1월 14일 새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
아프리카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살레시오회) 신부 선종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프리카 청년 토마스 라반과 존 마옌은 “이제 누구를 바라봐야 하냐”며 펑펑 울었다. 그리고 “우리도 신부님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겠다”며 눈물로 다짐했다. 이들에게 이태석 신부는 아버지이자 학교 선생님이자, 의사였다.
고 이태석 신부가 남긴 사랑의 울림이 깊고 크다. 이승에서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를 추모하는 열기는 사랑의 메아리가 돼 퍼져나가고 있다.
#영화보다 아름다웠던 선교 사제의 삶
“사람에게서 향기가 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겠죠? 며칠째 울고 있어요ㅜㅜ”(베로니카)
“기꺼이 의사가 되고 선생님이 된 위대한 선교사제의 걸음”(reddawn29)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그린 다큐영화 ‘울지마 톤즈’의 네티즌 리뷰다.
‘울지마 톤즈’는 지난 9월 개봉한 이후 최근 관객 25만 명을 넘어 국내 종교 다큐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영화는 처음 서울과 경기지역 5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관객 수가 늘어나면서 전국 50여 개 극장으로 상영관이 늘어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CGV극장에서도 개봉했다. 최근에는 관객들과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1월 연장 상영에 들어갔다. ‘울지마 톤즈’ 공식 누리방에는 지금도 단체 관람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추모 열기는 가톨릭교회를 넘어서 한국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개신교 신자들이 단체 관람을 하고,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반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줬다. 서울시 중학교 교장ㆍ교감단이 영화관을 찾는가 하면, 최근에는 한 장관이 장관실 직원들과 함께 송년회를 겸해 ‘울지마 톤즈’를 관람했다. 감리교신학대 한 교수는 영화감상문을 과제로 내줬고,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은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울지마 톤즈’ 감상문 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태석 신부가 선종하기 1년 전 펴낸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생활성서)는 7만 권 이상 팔려나갔다. 지난 12월 23일 2010 KBS 감동대상 시상식에서 이태석 신부가 감동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많은 이들이 가족과 대자녀 및 친구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등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성서사 관계자는 “이렇게 책이 많이 팔린 적은 우리도 처음”이라며 이태석 신부 추모 열기에 놀라워했다.
# ‘나눔과 사랑’ 열기 확산
책과 영화를 통해 이태석 신부의 삶을 접한 이들은 많은 눈물을 흘렸다. 수단 어린이들의 고름을 짜주고 한센인들의 울퉁불퉁한 발에 신발을 신겨 준 이 신부의 삶을 보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물음표를 던졌다.
“저는 거짓말도 하고 친구들과도 많이 다퉜어요. 저도 신부님처럼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거에요.”(서울 인왕초3 오진선)
“예수님이 우리 곁에 오셨다가 가신 것을 느꼈습니다.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 삶을 살펴보게 됩니다.”(최 클라라)
이태석 신부의 삶은 사랑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 청소년들은 이태석 신부의 삶에 감동 받아 빵과 커피를 판매한 수익금 150여만 원을 톤즈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내놨다. 서울 인왕초등학교 학생 24명은 이태석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용돈을 아껴 모은 정성을 살레시오회에 전해달라며 본사에 기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단 어린이들을 돕는 (사)수단어린이장학회(대표 이재현) 후원회원은 이태석 신부 선종 전 1200여 명에서 현재 3500여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의료봉사를 자원하는 의료진과 봉사자들도 나타나 나눔과 사랑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최근 후원회 지원으로 한국에서 공부할 수단 학생을 한 명 더 초청했다.
이태석 신부는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에 남겨진 많은 이들이 그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