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많은 인물 중에서도 유독 이태석 신부와 관련된 문제가 제기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2011년 발간된 「우리 신부님, 쫄리 신부님」(북오션)은 베스트셀러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생활성서사)를 무단으로 복제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 신부가 소속된 살레시오회 한국관구는 무단 복제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판매한 북오션을 상대로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이태석 신부와 관련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톤즈 돈보스코 브라스밴드를 주인공으로 한 KBS스페셜 ‘브라스밴드 한국에 오다!’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사전 동의 없이 이뤄진 촬영에 대해 톤즈 돈보스코학교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살레시오회는 지난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영상물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지난 7일 법원은 KBS스페셜 ‘브라스밴드 한국에 오다’ 방영금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KBS는 고 이태석 신부의 희생과 사랑, 봉사 정신을 널리 알리려는 목적에서 영상물을 제작했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라 해도 촬영 및 방영에 대해서는 학교 측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돈보스코 중등학교 측이 보관하고 있는 양해각서와 KBS측이 제시한 양해각서가 달라 학교의 동의를 얻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 이 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일련의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이태석 신부의 삶과 영성은 점차 사라져 대중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태석 신부의 이름을 걸고 기념사업을 벌이는 사단법인만 4곳이지만 그의 영성과 삶의 뿌리에 대한 고찰을 살펴보는 활동은 거의 없다. 때문에 돈 보스코의 영성을 따랐던 신부 이태석이 아닌 사회사업가 이태석만 남아있는 실정이다. 또한 톤즈의 상황이 심각하게 폄훼되고 있다. 톤즈 돈보스코 브라스밴드 방한 당시 출연한 아침 토크쇼는 이 신부 선종 이후 병원과 마을이 폐허가 됐다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살레시오회는 지난 5월 ‘고(故) 이태석 요한 신부 관련 살레시오회 공지문’을 발표했으며, 한국관구 내 ‘이태석 신부 위원회’를 발족해 이 신부의 삶과 영성을 올바르게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신부 선종 1주기에는 ‘톤즈의 돈 보스코 이태석 신부의 삶과 영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여는 한편, 수단어린이장학회와 협력관계를 맺고 살레시오회 사제를 영적 담당사제로 파견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살레시오회 장동현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 선종 4주기가 다가오지만 오늘까지 그분의 이름을 건 단체나 법인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차분하게 이태석 신부의 삶을 조명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 신부는 이어 “이 신부님을 두고 송사가 오가고 다툼이 있어 정말 민망하다”면서 “누구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식구인 살레시오회에 맡기고 그의 이름을 걸고 하는 각종 일들을 멈춰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살레시오회는 이태석 신부 선종 3주기를 맞아 기일인 14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신길6동 살레시오회 관구관 4층 성당에서 위령미사를 봉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