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석 신부 공식 전기 출간
– 남수단서 사랑을 실천한 신부
– 인간적인 고뇌·좌절의 순간 등
– ‘위인 뒤 이야기’도 생생히 담아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과 같다.” (마태오복음 25장 40절) 이태석 신부는 어린 시절 주일학교에서 들은 이 문구를 마음에 새긴다. 이 가르침은 그가 의사에서 신부로 길을 선택하는 데, 또 머나먼 아프리카 남수단의 톤즈로 떠나기로 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태석 신부가 만든 톤즈 브라스밴드. 김영사 제공 |
그가 눈을 감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의 유산과 우리에게 던진 의미는 여전히 모두의 마음을 적신다. 영화 ‘울지마 톤즈’와 각종 다큐멘터리, 다양한 책을 통해 알려진 이태석 신부의 삶이 ‘신부 이태석’을 통해 다시 우리를 찾는다. 이 책은 이태석 신부가 몸담았던 한국 살레시오회 공인의 선종 10주기 기념 공식 정본 전기라는 점에서 뜻깊다.
2001년부터 남수단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해 학교·병원을 세우고 사랑을 실천한 이 신부의 이야기는 친숙하다. 이 책은 특정한 인물을 찬양하는 위인전이나 영웅담과 다르다. 사제의 꿈을 포기했던 시절, 톤즈의 처참한 환경에 두려움을 느낀 순간, 암 진단 후 영적 투쟁의 시간 등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번민과 고뇌까지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풀어냈다.
이태석 신부 |
이 신부는 1997년 이탈리아 로마의 살레시오대학교에서 유학하던 중 남수단 톤즈의 현실을 듣게 된다. “한국에선 아이들이 학교에 책가방을 메고 가지만, 수단에선 넓적한 돌을 들고 가요. 그리고 흙바닥이 교실인 야외 학교에서 돌을 의자로 사용하지요. 그 야외 학교도 비가 쏟아지는 5월부터 11월까지 우기에는 수업을 할 수 없어요.”
직접 방문한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더욱 참혹했다. 저자인 저명한 전기 작가 이충렬은 이태석이 생전에 쓴 책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한 대목을 소중하게 인용했다. “먹지를 못해 뼈만 앙상히 남은 사람들, 손가락 발가락 없이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는 나환자들, 삐쩍 마른 엄마 젖을 빨다 결국 지쳐 울어대는 아기들… 이러한 현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른 채 너무 쉽게만 살아왔던 것에 대한 죄책감마저 들었다.”
이태석 신부는 미처 결실을 못 보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작은 씨앗이 나무로 자라고 있다. 그의 제의를 받고 한국으로 와 공부한 토마스 타반 아콧과 존 마옌 루벤이 인제대 의대에 진학했고, 의사 고시까지 합격해 이태석의 뒤를 따라 의사가 됐다. 토마스 씨는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이태석 신부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 전기 문학 저술의 새 지평을 연 이충렬 전기작가는 이태석 신부의 삶을 생생하게 담았다. 그는 이태석 신부가 남긴 편지와 이메일·메모·축일카드 등 문서와 사진 영상 등 모든 기록을 모았다. 특히 이태석 신부에게 톤즈 선교 체험을 권유한 인도 출신 제임스 신부를 인터뷰해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로 가게 된 계기를 자세히 담았다. 저자는 이 책 인세 전액을 지금도 톤즈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수단어린이장학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신부 이태석의 생애는 길지 않았다. 톤즈에서 활동한 기간도 10년이 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짧은 생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묵직하다.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참된 성공과 행복은 어디 있는가? 신부 이태석이 실천한 희생과 헌신은 인간으로서 진정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이태석 신부가 떠난 지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그가 전한 나눔의 메시지에 우리가 답할 차례다. 이 책은 이태석 신부가 미처 다 펼치지 못한 ‘사랑 나누기’의 완성을 돕는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