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수단 톤즈에서 사제이자 의사이자 교사로 살다가 선종한 이태석 신부.
오는 14일 선종 10주년을 앞두고 추모 열기가 뜨겁습니다.
10주기를 맞아 이태석 신부의 숭고한 삶의 여정을 다시 돌아보겠습니다.
김혜영 기자입니다.
[기자] 이태석 신부의 고향은 부산입니다.
이 신부는 1962년 부산 남부민동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니고, 인제대 의대를 졸업했습니다.
의대에 진학한 건, 홀로 10남매를 기르느라 고생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신부는 안정된 의사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신학대에 들어갔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살레시오회에 입회했고, 37살에 늦깎이 사제가 됐습니다.
2001년 사제가 되자마자 향한 곳은 아프리카 남수단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톤즈.
이 신부는 오랜 내전으로 황폐해진 톤즈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습니다.
병원을 지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학교를 지어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특히 전쟁과 가난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기 위해 음악을 가르치고 브라스밴드를 결성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또 주민들과 현지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고해성사를 주면서 선교사 역할에도 충실했습니다.
8년간 사제이자 의사이자 교사이자 건축가로 1인 다역을 소화한 이 신부는 2009년 휴가차 귀국했다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0년 1월 14일 하느님 품에 안겼습니다.
이 신부의 삶은 2010년 영화 <울지마 톤즈>로 만들어져 우리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남수단 정부는 2018년 故 이태석 신부에게 대통령 훈장을 수여한 데 이어, 교과서에 이 신부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이태석 신부가 뿌린 사랑의 씨앗은 또다른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수단 출신 유학생 2명이 이태석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대에 입학했고, 이 가운데 토마스 타반 아콧은 2018년 의사가 됐습니다.
외교부는 2011년 이태석상을 제정해, 세계 각지에서 인류애를 실천한 국민을 발굴해 매년 상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 오는 14일 10주기를 맞아, 이 신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립니다.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는 12일 오전 11시 광주 살레시오중고 성당에서 10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합니다.
미사 후에는 담양에 있는 이태석 신부의 묘소도 참배합니다.
사단법인 이태석사랑나눔은 모레 10주기 추모음악회를 개최합니다.
이날 음악회엔 이해인 수녀가 참석해 추모시를 낭송할 예정입니다.
14일엔 부산에 있는 이태석 신부 생가 옆에 ‘이태석 신부 기념관’이 문을 엽니다.
이 신부가 몸 담았던 살레시오회가 운영을 맡았는데,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거점이 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오늘 개봉한 영화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는 이태석 신부의 숭고한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