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의 고 이태석 신부가 선종 9주기를 20여 일 앞둔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선물을 보냈다.
특별한 선물의 주인공은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제자인 토마스 타반 아콧(33) 씨. 지난 21일 제83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에 최종 합격하면서 의사가 된 토마스 씨가 24일 오후 모교인 김해 인제대학교를 찾았다.
고 이태석 신부 남수단 제자
토마스 씨 의사시험 합격 후
모교 인제대 찾아 소식 전해
“신부님 권유로 의학 공부
고국 환자들 치유할 계획”
인제대 백인제기념도서관 내 이태석신부기념실을 찾은 그는 만감이 교차했다. 이태석 신부의 흉상을 비롯해 영상, 사진, 출판물 등을 바라본 그는 이 신부에게 직접 합격 소식을 전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신부님, 저 의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의사가 되어서 신부님의 정신을 가지고 의사생활을 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토마스 올림”이라고 방문록을 적어 가던 토마스 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토마스 씨와 이 신부의 인연은 각별했다. 토마스 씨는 이 신부가 남수단에서 미사를 볼때는 복사, 진료를 할 때는 조수를 맡을 정도로 친했다. 이 신부가 음악동아리를 만들 땐 창단 멤버를 자처했다.
토마스 씨가 의사가 된 것은 이 신부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에 가서 의사 공부를 해 보지 않겠느냐는 이 신부 권유로 2009년 한국으로 들어와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생활비, 인제대에서 전액 장학금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지원받았다.
토마스 씨는 하루 4~5시간을 자며 공부에 매진했다. 공부를 시작한 뒤 9년 동안 고향인 수단에 간 것은 4차례에 불과했다. 그는 한국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아버지와도 같았던 이 신부가 선종했다는 참담한 소식을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이어갔다. 그는 “나중에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지 말고 지금 열심히 하라”고 말한 이 신부의 말을 되뇌며 타국에서의 힘든 나날을 견뎌냈다.
토마스 씨는 이태석 신부처럼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의사가 되려는 것도 이 신부처럼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의사국가시험에 최종 합격한 토마스 씨는 내년부터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에서 1년 동안 인턴과 4년 동안의 레지던트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외과 전문의가 되면 고국에 돌아가 열악한 의료 환경과 내전으로 다친 사람들을 도울 계획이다.
토마스 씨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꿈을 이루어 가고 있다”면서 “반드시 좋은 의사가 되어 외과 의사가 부족한 수단의 환자들을 치유하고, 이태석 신부님의 소망을 이루어 드리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성·권상국 기자 edu@busan.com
관련 링크: `좋은 의사 되어 이태석 신부님 뜻 잇겠습니다` –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