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태석 신부가 아프리카 남수단의 작은 마을인 톤즈에서 데려온 청년 토마스 타반 아콧(33·사진)이 의사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이로써 ‘이태석 신부님 처럼 되고싶다’는 꿈을 쫓아 한국에 온 토마스가 9년만에 결실을 맺게됐다.
지난 21일 수단어린이장학회에 따르면 토마스 타반 아콧은 이날 발표된 제83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포함돼 정식 의사가 됐다.
토마스는 지난해 치러진 제 82회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해 필기시험에는 합격했으나 실기시험에서 낙방하며 고배를 마셨다. 1년만에 두번째 시험에 응시하게 됐다. 이에 올해 1월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지난 9월부터 지난달 11월 말까지 진행된 실기시험에도 최종통과하며 의사의 꿈을 이루게 됐다.
토마스는 지난 2009년 겨울 ‘한국에서 공부를 해 보지 않겠느냐’는 고 이태석 신부를 권유를 받아 한국에 발을 디뎠고 이후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과대학을 올해 초 졸업했다.
한국어를 할 줄 몰랐던 토마스가 한국어를 공부하며 의학 공부를 하느라 남들보다 2배 더 힘든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는 2001년 당시 천주교 재단 중학교에 다녔던 토머스는 교육 및 의료 봉사를 위해 이곳 수단으로 건너온 이 신부를 처음 만났다. 이 신부는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남수단에 병원을 세우고 아이들을 돌봐 한국의 슈바이처란 별명을 얻었던 남수단 톤즈 마을의 유일한 의사였다. 이 신부는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다 2010년 지병이던 대장암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이 신부의 삶은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알려지며 큰 감동을 선사했다.
토마스는 이 신부의 미사 집전 때 곁에서 돕는 복사단원(천주교에서 사제의 미사 집전을 돕는 평신도)이었다. 주일마다 이 신부가 다니는 의료 봉사에 따라다니며 조수역할을 했던 토마스에게 이 신부는 “한국에서 공부 할 생각 없냐”고 제안했다.
같은해 12월 토마스는 의사의 꿈을 품고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토마스는 연세대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고 2012년 김해에 있는 인제대 의대에 진학했다.
의사가 된 토마스는 내년 3월부터 인제대 부속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게된다. 이후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 과정을 마친 뒤엔 남수단에 돌아갈 계획이다. 토마스는 수단에서 외과 전문의로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전념할 계획이다.
토마스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수단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외과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토마스는 외과 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게 된 것에 대해서 “수단에는 외과 의사가 많지 않다. 대부분이 내과”라며 “이태석 신부님의 정신과 토머스 정신을 합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마스와 함께 한국에 존 마옌 루벤(31)도 다음달 인제대 의과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존 마옌 루벤은 실기시험을 합격하고 필기시험을 남겨둔 상황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관련 링크: 고(故)이태석 신부 따른 남수단 청년,韓 의사고시 합격 “고향으로 돌아가 외과의 되겠다”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