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겨울의 끝을 앞두고 있습니다. 계절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추운 겨울이었지만 이 겨울도 이제 1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실감되는 2월입니다. 여전한 한파로 인해 아직 많이 춥지만, 짧아진 밤과 따뜻해진 햇살은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장학회의 모든 후원자 분들께 새로운 해의 새로운 봄이 안온하게 찾아올 수 있길 기도하겠습니다.
지난 2024년 여름, 살레시오회에서 개최했던 청년 시노드(Salesian Youth Synod)에 참여하며 살레시오회의 창립자, 요한 보스코 신부님의 고향이던 베키와 주 활동지였던 토리노에 다녀왔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이 따라 살고 싶어 했던 돈 보스코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살레시오회의 영성을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일주일에 걸쳐 이뤄졌던 시노드의 모든 과정이 좋았지만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돈 보스코의 꿈’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이었습니다.
후원자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는 ‘돈 보스코가 선종 3년 전에 꿨던 꿈’에 대한 것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꿈속의 돈 보스코 앞에 세계의 수많은 아이들이 나타나 ‘우리는 신부님을 오랫동안 기다렸고, 신부님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고 외치자 돈 보스코는 당황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살레시오회는 그렇게 규모가 크지는 않은 수도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영문을 모르고 있던 돈 보스코 앞에 성모님이 나타나 지도 위에 발파라이소에서 베이징까지 줄을 그으며, 이 줄이 닿는 모든 나라에 살레시오가 세워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노년의 돈 보스코는 자신이 이렇게 늙고 병들었는데 어떻게 중국까지 갈 수 있겠느냐고 성모님에게 묻습니다. 그러자 성모님은 ‘네가 아닌 너의 아들들이 그 일을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현재, 살레시오회가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살레시오회의 영성과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하느님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어떻게 일하시는지, 우리를 위해 어디까지 계획하고 계신지가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그 가장 가까운 예시가 ‘돈 보스코의 아들’ 중 하나인 이태석 신부님일 것입니다. 이태석 신부님이 남수단 톤즈에서 뿌린 씨앗에 꽃이 피고, 열매가 자라고, 그게 다시 씨앗이 되어 더 널리 퍼져나가는 광경은 돈 보스코의 꿈에서 성모님이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남수단을 후원하던 것에서 그치지 않고, 19개국에 달하는 곳들을 후원하게 된 것처럼, 이태석 신부님이 가신 그 자리를 ‘그 아들들’이 지키며 이어가는 것을 바라보다 보면, 그 속에 있는 하느님의 섭리를 바라보게 됩니다.
돈 보스코가 선종한 방 안에는 끈에 묶인 종이 하나 달려있습니다. 노년기에 거동이 불편했던 돈 보스코가 종을 울리면 제자들이 찾아와 돈 보스코가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그를 도왔던 것입니다. 돈 보스코가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그 아들들이 종소리에 귀 기울였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를 부르는 하느님의 종소리, 돈 보스코의 종소리, 이태석 신부님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지를 유심히 듣고 발견해 응답해야겠습니다. 지난 한 해, 다양한 종소리를 외면하지 않았을 후원자 분들의 정성에 감사드립니다. 올 한 해, 나를 찾는 종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 해를 따스한 기운으로 가득 채울 수 있길 늘 기원하겠습니다.
최준경 아녜스 /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 총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