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의대 졸업 토머스 타반아콧 “외과 전문의 돼 남수단으로 돌아가 신부님 뜻 이어 희망주는 의사될것”
‘남수단의 슈바이처’ 로 불린 故 이태석 신부가 평생 섬겼던 아프리카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 소년이 한국에서 의사 가운을 입게 된다.
지난 15일 부산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토머스 타반아콧(33)이 그 주인공이다. 토머스는 인제대 의대 제34회 학위수여식에서 동료 학생 107명과 함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낭독했다. 인제대 의대는 이 신부가 졸업한 모교다.
토마스는 17년 전인 2001년 이 신부가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 신부를 돕는 복사를 맡았던 학생이다.
당시 이 신부는 자신을 본보기로 삼아 의사가 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돕고 싶어 했던 톤즈 현지 학생인 토마스를 눈여겨보고 수단어린이장학회와 국내외 후원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낯선 곳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된 6년간의 의대 교육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토마스는 “한국어는 영어랑 완전히 달라서 배우기 어려웠는데 부산에서는 사투리까지 쓰니까 만만치 않았다”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공부 잘하는 동기들에게 물어보거나 교수님을 찾아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의학 공부를 하며 고 이태석 신부님의 헌신을 다시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의사가 됐다면 훨씬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삶을 포기하고 신부님이 되어서 머나먼 톤즈에서 사람들을 돕는 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길이 아니란 걸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이 다 돌보지 못하는 곳을 대신 돌보라고 보낸 천사였구나’ 생각합니다”
그는 “8주기인 지난 14일 신부님을 모신 담양 천주교공원묘원을 찾아 신부님께 제가 드디어 의대를 졸업한다고 말씀드리고 왔다”고 말했다.
토마스는 얼마 전 의사 국가고시를 치렀다. 그는 “합격하면 부산백병원에서 인턴으로 수련하고, 외과 전문의가 되어 남수단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토마스는 “신부님의 뜻을 받들어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보살피고, 희망을 주는 의사가 되겠다”는 각오를 되새겼다.
윤정희 기자/cgn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