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승 요한보스코 신부, 살레시오회 /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
사랑하고 존경하는 장학회 가족 여러분,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사순 시기를 보내고 부활을 맞이하며, 제 마음에 깊이 다가온 표현은 바로 예수님께서 ‘되살아나셨다’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묵상의 시작은 지난 2월, 선교지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신 살레시오회 황복만 필립보 네리 수사님의 장례를 치르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저는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온종일 머물며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낯익은 중년 남성 몇 분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중 한 명이 저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수사님, 저 모르시겠어요? 1995년에 수사님께 영어를 배웠던 000입니다.”
1995년은 제가 대림동에서 수도자로서 첫발을 내딛던 해였습니다. 그 인사를 듣는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 당시의 기억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어느덧 쉰 살 가까운 나이가 되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10대의 생기발랄한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를 ‘신부님’이라 부르기보다, 그 시절 만났던 ‘수사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주는 것을 훨씬 좋아했습니다.
추억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시절 사감 수사님으로 실습기를 보내던 이태석 수사님에 대한 기억도 소환되었습니다. 잇몸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악기를 연주하며 운동장을 누비던 이태석 수사님이 마치 그 자리에 우리와 함께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저는 속으로 ‘아마 천국에서도 우리가 이렇게 만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신앙 고백 중에는 ‘육신의 부활’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과 게르하르트 로핑크의 신학적 사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죽음을 통해 인간은 ‘육신과 영혼’을 지닌 존재 전체로서 하느님 앞에 나아간다. 여기에는 한 개인의 온 생애와 그가 일군 고유한 세계, 그리고 결코 뒤바꿀 수 없는 삶의 업적들이 포함된다. 인간은 기쁨과 고통, 행복과 슬픔, 선행과 악행, 삶을 통해 이룩한 모든 것, 그가 품었던 생각과 인내했던 시간, 흘린 눈물과 얼굴을 스친 미소 등 그 모든 개별적 경험이 응축된 존재다. 바로 이러한 삶의 흔적과 관계, 역사가 고스란히 다시 살아나는 것이 ‘육신의 부활’이다. 즉, 부활이란 한 인간이 자신의 모든 체험과 과거, 자신이 남긴 모든 말과 업적과 함께 하느님께로 가는 것을 뜻한다.
그날 장례식장에서 저는 1995년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 이태석 신부님과 제자들을 통해, 우리가 부활로 맞이하게 될 ‘작은 천국’을 미리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올 한 해, 우리 장학회 가족 여러분도 우리 안에서 부활하신 예수님, 그리고 우리 기억 속에 되살아나신 이태석 신부님과 함께 은총 가득한 부활 시기를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