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 조희준 알렉산델 수사님 –
알렉산델 수사님은 이태석 신부님의 입회 동기이며 선종하실 때까지 가장 가까이 신부님 곁을 지키셨습니다.
영정을 들고 걸으며 슬픔을 자제하시느라 애쓰셨지요.
새해에는 수사님의 말씀처럼, 세상의 어려움에 겁내며 무너지지 말고, 자신을 내주는 사랑을 해야겠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우리를 위해 지금도 기도하고 있을 이태석 신부를 회상해 봅니다.
완쾌되면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뭐예요? 당연히 아프리카로 돌아가서 아이들과 같이 살아야지! 학교도 짓다 말고 왔고, 병원에도 할 일이 많아!
아픈 중에도 아프리카 친구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은 식을 줄 몰랐습니다.
수도원 공동체 시간에 늘 함께 하기를 원했고 매일 특별한 웃음을 주는 유머를 찾거나,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형제들과 기쁘게 나눴습니다. 음악을 통해 형제들이 더 일치될 수 있다고 믿고 악기를 합주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몇몇 은인들의 도움을 받아 톤즈 아이들에게 했던 방법대로 수도원 형제들을 격려하며 관악밴드(존스밴드)를 만들었습니다. 관구의 날 형제들 앞에서 발표하기 위해 편곡도 하고 시간을 쪼개가며 연습을 했습니다.
밤늦은 시간에도 기쁘게 간호하며 혈액순환을 위해 마사지와 쑥뜸을 해주는 형제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틈틈이 서품미사곡에 사용할 성인호칭기도를 번역, 편곡하였고 몸이 불편한 중에도 형제들의 성가연습시간에 직접 알려 주었습니다.
겨울 날 외출을 하기 위해 모자 두 개를 보여 주며 이것들 중에 어떤 것이 더 어울리는지 순진한 표정으로 물어 봐서 그 중에 하나를 들어 보이며 “이게 더 잘 어울리네!” 라고 말하니 누님이 자신을 위해 직접 만들어 주었다며 누나들의 고마운 점들을 신나서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가족에 사랑에 대한 표현을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투병기간에는 자주 표현 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 오는 누님들을 위해 식욕이 없는 상태에서도 기쁘게 먹고, 때로는 누님들과 광명에 있는 도덕산에 다녀와서 맑은 공기를 마셔서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정이 많고 타인을 배려 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항암치료로 몸이 많이 지쳐있었을 때입니다.
그 날도 많이 힘들어 해서 방에서 쉬기를 권유했는데 수단에 큰 도움을 주신 은인이 오신다며 진통제를 맞으면서도 문병 오신 분들을 아픈 내색 하나 없이 기쁘게 맞이하였습니다.
자신 보다 더 몸이 아픈 분들을 알게 되면 함께 기도해 주기를 요청했고 자신의 고통을 하느님께 드리고 그분들이 하느님의 은총 얻어 완쾌되기 위해 기도해 주었습니다.
물질적인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을 위해 은인들이 개인적으로 주신 용돈을 기쁘게 나눠 주기도 했습니다.
쉽게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지 않아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지만 가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배려와 사랑을 경험한 분들은 그 분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눈으로 보았다고 봅니다.
세계 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이태석 신부는 자신의 ‘묵상’곡에 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살다 하느님께 갔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시대에 보내신 예언자의 모습이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세상의 어려움들 안에서 걱정하고 넘어지기보다 자신을 내어 주고 할 수 있는 사랑을 이웃에게 나눠 주라고 초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