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결과 2727명의 신규 전문의가 배출됐으며, 합격자 중 이태석 신부의 제자인 토마스 타반 아콧(토마스)과 존 마옌 루벤(존)이 포함됐다고 25일 밝혔다.
두 제자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의학 공부를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이태석 신부님 덕분”이라며 “또 전공의 수련에 어려움 없이 임할 수 있게 도와준 인제대 백병원 교직원분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수단에서 ‘돈 보스코’로 불린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후 살레시오회에 입회해 사제의 길을 걸었다.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로 건너가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구호와 의료, 선교 활동을 벌였다.
현지에서 만난 이 신부의 권유로 한국에서 의사가 되기로 한 토마스와 존은 2009년 수단어린이장학회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온 이듬해인 2010년 이 신부는 대장암으로 48세 나이에 선종했다.
의사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과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두 사람은 이후에도 공부에 매진해 2012년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인제대는 전액 장학금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지원했다.
타국에서 어학과 의학을 함께 공부한 토마스와 존은 각각 83회와 84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가 된 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마쳤다. 토마스는 상계백병원 외과, 존은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레지던트로 수련받아 올해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남수단 톤즈가 외과와 내과 전문의 두 명을 얻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이 각각 외과와 내과를 선택한 이유는 향후 남수단에서의 의료 활동을 염두에 둔 결정이다. 수년간의 내전으로 시스템이 붕괴된 남수단에서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외과를 선택한 토마스는 “남수단에는 외과 의사가 부족해 간단한 급성 충수염이나 쓸개염 등으로 죽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외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내과를 선택한 존도 “어릴 때부터 내전이 시작됐고, 의사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며 “말라리아·결핵·간염·감염성 질환 등의 환자가 대부분이라 내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토마스와 존은 ‘힘든 일이 있어도 연연하지 말라’라는 이태석 신부의 가르침을 유념하며, 고향인 톤즈로 돌아가 신부가 못다 펼치신 인술을 펼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토마스는 더 많은 외과 수술 경험을 쌓기 위해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전임의(펠로우) 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존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전임의(펠로우) 과정을 마친 뒤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료활동과 함께 후배 의사를 양성하는 일을 할 계획이다.